[앵커]

올 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역대급 폭염에 극한 폭우까지,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바나나가 열리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는데요.

기후변화로 국내에서도 아열대 과일 재배가 늘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도헌 기자가 바나나 농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커다란 이파리 사이로 초록색 바나나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평범한 외국산 바나나 같아 보이지만, 나무 뒤로 익숙한 아파트가 보입니다.

제가 나와 있는 이 곳은 베트남도 필리핀도 아닌 바로 서울 노원구입니다.

이렇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대 과일인 바나나가 열렸습니다.

한 도시 농부가 10년 전부터 실험 삼아 열대 과일을 심었는데 작년부터 열매가 나왔습니다.

[오영록 / 녹색어울림 팀장] "혹시 바나나가 잘 자랄까 이래서 한번 실험 삼아 해본 거죠. 한 4년 전부터 갑자기 꽃이 핀 거예요. 그러다가 작년에 열매가 이렇게 나오기 시작했어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바나나 생육 조건에 적합하지 않아 여태까지는 덥고 습한 베트남이나 에콰도르 등에서 바나나를 주로 수입해 왔습니다.

서울에서 열린 이 바나나는 수입산과 동일한 품종으로 별도의 개량 없이 재배돼 더 기념비적입니다.

겨울까지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지내다가 올해 4월 말쯤 밖으로 옮겨졌는데 뚜껑이 없는 땅 위, 즉 노지에서 열매를 맺었습니다.

[박시정 / 서울 노원구] "너무 신기하고 좋기도 한데, 기온이 너무 상승해서 서울에서도 바나나가 자란다는 게 좀 걱정이 되기도 해요."

심상치 않은 기후변화가 국내 농업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앞으로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도 열대 작물 재배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국내 아열대 과일 재배면적은 4년 사이 19배 가까이 늘었는데, 레드향이나 천혜향 같은 오렌지류부터 망고, 파파야, 패션후르츠까지 재배됐습니다.

이제 '서울산' 아열대 작물도 식탁에 오를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연합뉴스TV 김도헌입니다.

[영상취재 최승아]

[영상편집 김은채]

[그래픽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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