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지난 지금도, 고령운전자가 모는 차량이 인도나 건물로 돌진하는 사고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 막을 방법은 없는걸까요? 먼저 송채은 기자의 리포트를 보시고 더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기자]
승용차 한 대가 인도로 돌진해 서 있던 사람들을 순식간에 덮칩니다.
작년 7월 시청역 인근에서 16명의 사상자를 낸 승용차 돌진 사고입니다.
그날 밤 이곳에서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날 사고 이후 우리 사회는 더 안전해졌을까요?
올해도 차량 돌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서울 도봉구에서 SUV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있었고,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구에서 80대 여성 운전자가 차로 식당을 들이받아 4명이 다쳤습니다.
지난 7일에도 경기도 고양시에서 8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상가건물로 돌진했습니다.
두 사고 모두 운전자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국과수에 의뢰된 돌진 사고의 85%는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드러났고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시청역 사고를 심리한 재판부도 가해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계속되는 급발진 주장 논란에 사고 당시 운전 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안대혁 / 서울 동대문구] "사실 이게 급발진 사고랑 페달 오조작 사고가 혼돈돼서 사용되는 것 같은데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한다던가…"
또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들이 적극 시행돼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돌진 사고의 경우 운전자의 평균 연령대가 60대인 것을 고려했을 때, 전문가들은 현재 시행 중인 고령자 운전면허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성렬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인지반응이나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운전자들을 대상으로는 적성검사를 통한 조건부 면허 도입도 검토해볼 수 있다…"
무고한 시민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송채은입니다.
[앵커]
차량 돌진 사고 관련 내용을 취재한 사회부 송채은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송기자, 안녕하세요.
시청역 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는데요, 그 이후에도 돌진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시청역 사고 이후에도 곳곳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많은 시청자분들께서도 체감하고 계실 겁니다.
불과 두달 전이죠.
지난 5월 서울 강동구에서 6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시장 과일 가게를 덮쳤는데요, 시장 상인 등 12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사고가 났던 밤 직접 현장을 가보니 인근 가게 상인들은 눈 깜짝할 새 사고가 벌어졌다며 충격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CCTV 영상에는 시장 입구쪽에서 나타난 승용차가 가게 앞을 지나던 시민과 과일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까지 덮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은 현장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김진효 / 서울 강동구] "정문 앞에 거의 나왔는데 붕 소리가 나고 와아 한 다음에 콰앙 소리가 났어요. 빨리 와보니까 아수라장이 된 거예요."
지난달에도 서울 강남구에서 승용차가 식당으로 돌진해 시민 4명이 다쳤는데요, 부상자 중에는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도 포함돼있어 많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앵커]
보통 차량 돌진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이번 사건들도 그런 사례입니까?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두 사건 모두 운전자가 사고 직후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습니다.
보통 급발진이라고 하면 차량 결함으로 차가 갑자기 튀어 나가는 걸 말하잖아요, 두 운전자들도 사고 당시에 분명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말을 듣지 않고 속도가 계속 빨라졌다고 말을 한 겁니다.
[앵커]
정말 차량 결함 때문에 사고가 나는 거라면 운전 자체가 두려워질 것 같은데요, 실제로 차량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가 있나요?
[기자]
아직까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국과수에서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5년간 급발진 주장 사고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85%가 가속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드러났고요, 나머지 15%도 뚜렷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려졌습니다.
특히 작년엔 급발진 의심 사고가 133건으로 가장 많이 접수됐는데, 이 중 120건이 페달 오조작 사고로 분석됐습니다.
시청역 사고를 심리한 1심 재판부도 판결문에 "피고인이 차량 운전자로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면서 피고인이 사고 당시 가속 장치 등을 정확하게 조작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앵커]
급발진이 실제로는 거의 없는데도 운전자들이 이를 자주 주장하면 사회적으로 혼란이 클 것 같은데요, 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급발진 주장이라는 게 운전자만의 주장이다보니까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있으면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대안으로 페달 블랙박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페달 쪽에 블랙박스를 설치해서 사고 당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았는지 여부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인데요, 국과수에서 사고 원인을 분석할 때 쓰이는 장치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례를 통해서 어떤 장치인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재작년 서울 이태원에서 60대 택시 기사가 몰던 아이오닉6 차량이 주택 담벼락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당시 택시 기사 A씨도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이후 페달 블랙박스를 보니 A씨가 가속 페달을 수차례 밟았다는 게 확인이 됐는데요, 결국 페달 오인 사고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 때문에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해서 급발진 주장의 진위를 보다 객관적으로 가릴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페달을 잘못 밟은 거라면 발만 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실제 사고 상황에선 그게 쉽지 않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람이 하나의 생각에 지배됐을 때 주변이 눈에 잘 안 들어오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 국과수 측 설명에 따르면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쉽게 발을 떼는 게 어렵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운전자 스스로 가속 페달을 잘못 밟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야 위급할 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도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경각심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해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박승자 / 서울 종로구] "많이 실수하잖아요. 평소에도 실수하는데…다시는 같은 실수하면 안 되니까 경각심을 좀 줘야될 것 같아요."
[앵커]
페달 블랙박스는 사후 대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가장 중요한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거잖아요.
구체적인 예방 대책은 어떤게 있을까요.
[기자]
대책은 크게 사고 예방과 피해 최소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먼저 운전자 측면에서는 갑작스러운 가속을 감지해 차량을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긴급 제동 장치 설치 의무화가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 돌진 사고 운전자의 평균 연령대가 60대인 것을 고려했을 때 고령 운전자의 면허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재는 65세 이상 75세 미만은 5년마다, 75세 이상은 3년마다 면허를 갱신하게 돼 있는데요, 갱신 주기를 짧게 하고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으로는 차량이 인도로 돌진했을 때 충격을 막아줄 수 있는 강화 울타리가 있는데요, 서울시에서 시청역 사고 이후 사고 위험 지역 100곳에 이 울타리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시청역 사고 현장에도 강화 울타리가 일부 설치가 되어 있었는데요, 아쉬웠던 건 길이가 45m 정도로 사고가 크게 났던 지점에만 짧게 설치돼있었다는 겁니다.
앞으로 피해를 제대로 방지하기 위해선 울타리 설치 구간을 넓히고 보다 촘촘하게 배치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부 송채은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상취재 문주형]
[영상편집 강내윤]
[그래픽 김두태]
#급발진 #차량돌진 #시청역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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